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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타 등등

[일상/기타 등등] 양모 펠트로 코코 만들기

by 코코의 주인 2022. 1. 30.

예전에 인터넷을 떠돌다가 털 뭉치를 바늘로 콕콕 찔러서 인형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있다.

자기 반려동물 털을 모아서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도 우리 코코 털로 고양이 인형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놈 새키는 털 빗는걸 워낙 싫어해서 재료를 수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양모펠트 인형 만들기 키트를 찾아서 구매했다.

패키지를 구매하면 설명서와 함께 저런 구성으로 배송이 온다.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서도 함께 오는데, 영문 설명서지만 사진으로 잘 나와있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몬스터 고양이 캐릭터를 선택했지만, 저건 무시하고 우리 코코 모양으로 만들 것이다.

 

머리 만들기

제일 먼저 머리를 만들어야 한다. 머리의 크기에 따라 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흰색 털을 적당량 뜯어서 스티로폼 블록 위에 올려두고 바늘로 찔러준다. 이때, 바늘이 들어가는 방향과 나오는 방향이 같아야 예쁘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열심히 머리를 만들다 보면 호기심쟁이 훼방꾼이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고 찾아온다.

냄새 맡고싶어하는 거 같아서 대줬더니 입으로 한번 물어뜯어놓고 갔다...

 

내 방 책상에서 하니까 계속 방해하길래 식탁으로 도망쳤다.

방해꾼을 저지하며 열심히 찔러주면 이렇게 타원형 모양의 털뭉치가 완성된다.

 

이제 귀엽게 튀어나온 코를 만들어주면서 얼굴형을 다듬어 줄 순서다.

대충 코를 만들었더니 왼쪽 사진처럼 코 높이도 낮고, 위치가 얼굴의 아래쪽에 생겼길래 오른쪽 사진처럼 잔털을 다듬고 코를 살짝 더 높여줬다.

 

그리고 이거 하는 내내 코코는 잠도 안 자고 식탁 위에서 자리 잡고 구경했다.

타이밍을 노리다가 사진 찍으려고 식탁 위에 내려놓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한 번씩 뜯어놓고 갔다.

 

얼굴형이 대충 완성 됐으면 코코의 얼굴 무늬를 넣어줬다.

미묘한테만 있다는 이마 M자 무늬랑 호랑이 같은 볼따구의 무늬를 신경 써서 넣어줬다.

누나가 이마가 너무 비어있어서 대머리 같다면서 좀 채우라고 하길래 그 당시에는 무시했는데, 지금 보니까 약간 그런 거 같아서 나중에 더 채워줬다.

분홍색 코랑 입도 귀엽게 만들어줬다. 뭔가 이목구비의 비율이 맞지 않는 거 같지만 어차피 팔 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면 그걸로 OK 입니다.

약간 찌그러진 얼굴형을 감추기 위해서 성냥팔이 고양이 같은 모자를 씌워줬다.

사진마다 눈의 간격이 계속 변하는 이유는 눈은 마지막에 붙이려고 대충 위에 얹어놓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모델님의 피드백을 한 번 가져봤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처럼 보이겠지만, 애가 원래 인상이 더러워서 저 정도면 몹시 흡족해하는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피드백하면서 모자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뜯어놔서 나중에 신경 써서 수정했다.

 

얼굴을 다 만들고 귀를 달아줬다.

내 손이 큰 편이라 그런가 저런 작은 모양을 만드는 게 힘들었다.

덕분에 귀 만들면서 바늘에 3번 정도 찔렸다.

그래도 귀까지 달아놓으니까 고양이처럼 보이기 시작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몸통 만들기

얼굴을 다 만들었으니 몸을 만들 순서다.

흰색 털을 많이 많이 뜯어서 바늘로 콕콕 찔러 몸통을 만들어줬다.

몸통을 만들 때는 배를 좀 튀어나오게 만들어서 더 귀엽게 보이는 데에 집중했다.

다리까지 만들어서 붙여두니 이건 뭐... 어몽어스 같이 생겼지만, 그래도 일단 본질은 고양이라 할 수 있겠다.

 

몸통 + 머리 결합

몸이랑 머리를 붙여줬더니 엄청난 가분수 고양이가 탄생했다.

이건 거의 2등신..?

그치만 머리가 클수록 귀여우니 됐다. 애기들도 머리는 큰데 귀엽잖아?

솜방망이 만들기

고양이의 본체라 할 수 있는 분홍색 젤리의 솜방망이를 만들 차례다.

고양이 인형을 만들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솜방망이를 만들려다 보니.. 저건 한 4번 찔린 거 같다.

솜방망이를 몸통에 붙인 뒤 찍은 사진이다.

잔털 정리가 안되어있어서 꼬질꼬질하지만 원래 아기 고양이들은 솜털이 저렇게 삐죽삐죽 튀어나와있어서 내가 볼 때는 더 귀여웠다.

완성!!

잔털 정리를 하고 꼬리까지 붙인 뒤 모델님께 보여드렸다.

"자, 이건 너야!!"라고 대뜸 들이대니까 처음에는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보다가 본인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나타나자 어이가 없었는지 나를 쳐다봤다.


총평

다 만들기까지 약 5시간 정도 소요된 거 같다.

이 작업은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 어깨 댐과 손목 터널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자세에 유의하길 바란다.

구글에 '양모펠트 망한 사례'를 치면 무수히 많은 독창적인 작품들이 보인다.

그래도 저 정도면 나는 망한 수준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한 번쯤은 해볼 재미가 있으나 두 번은 하기 싫은 취미라고 나는 평가하겠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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